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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깨지기 쉬운 _ 우윤식 본문

感想

<책> 깨지기 쉬운 _ 우윤식

TheCATCHer 2022. 11. 12. 11:09

 



-Pat matheny의 “Bright Size Life”


이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쓴다. 이 책의 주인공이 듣던 음악이다. 음악에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열의는 있어서 책에서 나온 음악이 맘에 들면 재생목록에 추가하곤 한다. 그러면 그 음악은 내게 ‘사연’ 있는 음악이 된다. 음악을 듣고 있으니 이 책의 배경인 여름의 도쿄 도심지에서 에어컨을 켠 듯한 기분이 든다.

-불안하지만 도전하고 싶은 젊은이의 이야기

닮았지만 다르고, 깔끔하지만 새침한 일본의 문화에 평소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여행지의 경험이나 유튜브로 본 그들의 내면은 여전히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이 책에는 일본에서 겪을 수 있는 관계의 문제에 대해 일본에서 직장을 갖게 된 한국인 ‘알렉스’의 눈으로 보여준다. 일본에서 취직하고 생활하는 4년 간의 생활인으로의 삶을 실제 작가의 경험을 반영해 보여줘서, 타지 생활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었다. 특히 일본인은 개인적이고, 다가가기 힘들다는 말만 들었는데, 사회생활 속에서 친구를 만드는 주인공을 보며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외국인으로써 가지는 고민과 한계도 느껴저서 주인공의 마음이 더 와 닿았다.

-일본에 사는 젊은 이방인의 소소한 에피소드

-시즈까나 요루데스네, 조용한 밤이네요(p.53)


주인공이 일본인 친구와 문자를 보낼 때 시작하는 글귀다. 그것도 ‘남자와 남자끼리’. 생각해 보면 우정을 나누는 사이에 덜하지도 않고 더하지도 않다. 친근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다. 이런 느낌이 이 소설에 내내 존재한다. 평온한 분위기가 위아래로 부드럽게 진동하며 소설 내 시간이 흘러간다.

“그래도 각오를 단단히 하고 문을 열었는데, 그 친구는 열자마자 방문 앞에 주저앉아 엉엉 울 수밖에 없었대요.” (p.105)


읽으면서 가장 두근댔던 부분이다. 귀신도 나오고, 작가님이 소설을 공포로 만들려는 심산인가 하는 의심에 고개를 휘휘 저어가며 읽었는데, 결국엔 생각과는 다른 전개였다. 나처럼 잘 속는 사람들에겐 웃음이 날 뿐이었다.
우리는 깨지기 쉬운 행복을 추구하기 쉽다.

“일하는 동안 내가 사귄 3명이지만 2명뿐이다.” 라는 표지에 적힌 문구가 글을 읽는 중반에 생각이 났다. 주인공은 그렇게 사람들과 또 미지의 존재와 친구가 되며 일본에서 성실하게 살아간다. 그런 중에 ‘혐한’, ‘사람 사이의 관계’ 등 우리가 궁금해 할 일본 속 한국인 이야기를 자세히 보여준다. 특히 친구, 보증인, 동료, 관심있는 이성과의 만남 사이에서 그려진 인간 사이의 문제와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는 결국 주인공이 일본에서 부딪히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된다. 흔히 하는 말로 ‘사람 사는 곳이 거기서 거기지.’ 라는 말이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차이는 겪는 사람으로 하여금 본질적인 만족 추구를 불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벚꽃은 지기 바로 전날에 가장 아름답다는 말이 떠올랐다.

“마사니 코와레야스이…정말로 깨지기 쉬워…” (p.119)


글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부분. 누구나 자신이 특별하다 여기고 ‘아름다운 현실’을 상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가지는 특별함과 희소성 때문에 결국엔 가지기 힘든 존재가 되고 그것에 어긋나는 존재들을 경멸한다. ‘내일 져 버릴 벚꽃이 만개한 오늘은, 가장 특별하고 예쁜 지금이지만, 가장 아름다웠던 어제를 기억하는 것은 꽃이 져버린 아쉬운 내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만든 ‘완벽한 아름다움’의 허울 때문에 나와 내 주위의 행복을 깨지기 쉽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타지의 삶을 꿈꾸며 나를 편안히 돌아보다.

글의 전개나 묘사에 군더더기가 없어서 읽을 때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고, 일본어 대화가 바로 우리말 번역으로 적혀 있어 뜻과 소리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소재가 익숙한 듯 신선해서 챕터의 제목을 보며 다음 내용을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글을 다 읽고 허전한 마음에 다시 아무 곳을 펴봐도 지루하지 않고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타지의 삶이 주는 신선함이다. ‘깨지기 쉬운'이라는 제목처럼 결말도 딱딱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어렴풋하고 아련했다.
일본에서 4년을 열심히 지낸 어떤 이의 진솔한 일기를 읽어보며 나 였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타지에서 고생한 ‘알렉스’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현재에 머물러 있는 내 어깨도 같이 토닥여 본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 일하신다는 작가 우윤식 님의 현재 모습도 궁금해진다.

**현재 이 소설은 중국어 번역잡업중이라 일시절판 상태라고 합니다. 혹시 구매를 희망하시면 포르투나 아트(fortuna_art@naver.com)으로 연락하시면 구매할 수 있습니다.